
동물병원을 나설 때 손에 남는 건 종이봉투 하나입니다. 안에는 며칠치 알약이 들어 있고, 겉에는 볼펜으로 적은 짧은 지시가 붙어 있습니다. 고양이 약 먹이기는 그 봉투를 여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.
집에 와서 막히는 자리는 대개 같습니다. 입은 벌렸는데 알약이 그대로 튀어나오고, 두 번째부터는 고양이가 손을 먼저 피합니다.
별이는 2012년 5월생이라 올해 열네 살입니다. 나이가 있는 고양이는 약 먹을 일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서, 첫 회차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그다음을 정해버립니다. 아라레는 입에 넣는 것까지가 아니라 다 넘겼는지 확인하는 데까지가 투약이라고 봅니다.
목차
약봉투를 받아 오면 먼저 보는 것
봉투를 열기 전에 확인할 건 네 가지입니다. 제형이 알약인지 가루인지 액상인지, 하루 몇 번인지, 며칠치인지, 밥과 함께인지 빈속인지.
봉투에 잘 안 적히는 항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. 이 약을 쪼개도 되는지.
International Cat Care는 알약을 부수거나 나누기 전에 담당 수의사에게 확인하라고 안내합니다. 겉 코팅이 깨지면 안 되는 약이 있다. 잘 안 넘어간다고 집에서 가루로 만들어버리면 약은 먹였는데 효과가 달라집니다.
봉투를 열기 전에 물어볼 것
반으로 잘라도 되는지, 가루로 부숴 습식에 섞어도 되는지는 약마다 답이 다릅니다. 사람이 먹던 약을 나눠 주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하지 않습니다.
알약은 혀 어디쯤에 놓아야 넘어갈까
혀 위에 얹으면 나옵니다. 고양이가 혀로 밀어내기 좋은 자리거든요. International Cat Care는 혀 가운데의 가장 안쪽, 눈으로 보이는 한계선까지 알약을 떨어뜨리라고 설명합니다.
자세도 결과를 바꿉니다. 위에서 덮치듯 다가가면 고양이는 피할 준비부터 하거든요. 옆에서 다가가는 편이 낫습니다.
- 고양이를 사람 반대쪽을 보게 앉히고 앞발을 팔꿈치 위에서 가볍게 몸통 쪽으로 붙인다
- 알약에 버터나 그레이비를 아주 조금 묻혀 미끄럽게 만든다
- 한 손으로 머리 위를 잡고 고개를 살짝 위로 들어 올린다
- 다른 손 중지로 아래턱을 내려 입을 벌리고 혀 안쪽에 알약을 떨어뜨린다
- 입을 잠깐 다물게 하고 코나 목을 부드럽게 문질러 삼키게 한다
삼켰는지는 입술이나 코를 핥는 동작으로 알 수 있습니다. 아라레는 이 다섯 중에서 네 번째, 알약이 떨어지는 자리만 제대로 되면 나머지는 따라온다고 봅니다.
발버둥 치는 고양이를 세게 누르는 건 도움이 안 됩니다. 같은 자료도 강하게 제압하지 말라고 못 박아 두고, 수건으로 앞발까지 감싸는 방법을 대신 권합니다. 힘으로 이기면 그날은 넘어가지만 다음 회차가 더 어려워진다.

약만 넘기고 끝내면 식도에 남습니다
여기가 제일 많이 놓치는 자리입니다. 꿀꺽 삼키는 걸 확인하면 보통 거기서 손을 놓는데, 삼켰다고 약이 위까지 내려간 것은 아닙니다.
고양이 식도는 거의 수평으로 놓여 있습니다. 물 없이 삼킨 알약과 캡슐을 추적한 연구에서는 5분이 지난 뒤에도 상당수가 식도에 남아 있었고, 위까지 내려간 것은 세 알 중 한 알 남짓이었습니다.
같은 연구에서 알약 뒤에 물을 6mL 먹였더니 60초 안에 전부 위에 도착했습니다.
알약 뒤에 물 6mL · 찻숟가락 하나
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이 보호자용으로 정리한 안내에도 알약이나 캡슐 뒤에 찻숟가락 하나인 5~6mL의 물을 경구 시린지로 넣어 주라고 적혀 있습니다. 물을 싫어하면 잘 먹는 액체나 부드러운 습식을 조금 주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.
식도에 오래 머문 약이 점막을 자극하는 일이 있습니다. 고양이에서 독시사이클린 계열 알약을 먹인 뒤 식도염과 식도 협착이 생긴 사례가 수의학 논문으로 보고돼 있고요. 약을 먹은 뒤 침을 계속 흘리거나 삼키기를 힘들어하면 동물병원 진료를 받는 편이 좋습니다.

간식에 숨겨도 되는 약, 안 되는 약
입을 벌리는 과정이 통째로 사라지니 숨기는 쪽이 편합니다. 다만 조건이 붙습니다.
밥그릇 한 끼에 통째로 섞지 않습니다. 부드러운 치즈나 고기, 간식처럼 소량에 숨기라는 것이 International Cat Care 안내고요. 주식에 섞으면 그 밥 자체를 피하게 되고, 남겼을 때 얼마나 먹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.
빈속 지시가 붙은 약이면 이 방법 자체가 맞지 않습니다.
간식만 먹고 알약은 뱉어 놓는 고양이도 있습니다. 약이 없는 같은 간식을 두어 개 먼저 주고, 리듬이 붙었을 때 약이 든 것을 끼워 넣는 순서가 낫습니다.

손으로 못 넣겠을 때 어떤 도구를 쓰나
손가락을 입 안쪽까지 넣는 게 부담스러운 집이 많습니다. 물릴까 봐 손이 멈추면 알약은 딱 그 자리, 혀 앞쪽에 떨어집니다.
투약기는 그 거리를 대신 좁혀 주는 도구입니다. 끝에 알약을 물려 두었다가 밀대를 누르면 혀 안쪽에서 약이 놓입니다. VCA 동물병원 자료도 손으로 계속 어려우면 투약기를 써 보라고 소개합니다.
경구용 시린지도 한 자루 준비해 둡니다.
도구를 바꿔도 안 되는 날은 있습니다. 그럴 때는 기호성을 붙인 액상이나 다른 제형이 있는지 담당 수의사와 상의하라는 것이 같은 자료의 안내입니다.
액상약은 자세가 다릅니다
알약만 생각하고 있다가 액상약을 받아 오면 손이 한 번 엉킵니다. 코넬대 안내는 액상을 넣을 때 고개를 뒤로 젖히지 말라고 따로 적어 둡니다. 시린지를 아랫니 옆 볼 주머니에 대고 조금씩 밀어 넣으면서 삼킬 시간을 주는 방식입니다.
자주 묻는 질문
다음 투약일 전에 해둘 것
오늘 할 일은 하나입니다. 약봉투를 꺼내 제형을 확인하고, 투약할 자리 옆에 물 6mL를 채운 경구 시린지를 미리 놓아두는 것. 순서를 정해 두면 고양이를 붙잡고 있는 시간이 짧아집니다.
투약 자세와 숨기는 방법, 부수면 안 되는 약까지 International Cat Care의 투약 안내에 정리돼 있습니다.
약을 먹은 뒤 침을 흘리거나 삼키기를 힘들어하면 지켜보는 대신 동물병원 진료를 받는 쪽이 낫습니다.
약 먹이기는 힘으로 이기는 일이 아니라 순서를 지키는 일에 가깝습니다. 순서가 정해지면 다음 약봉투가 조금 덜 무겁죠.

핵심 포인트
✓ 알약은 혀 가운데 가장 안쪽에 놓아야 밀려 나오지 않는다
✓ 삼킨 뒤 물 6mL를 이어 주면 식도에 남는 약이 줄어든다
✓ 숨길 때는 주식이 아니라 소량 간식에, 부수는 것은 확인부터
✓ 손으로 계속 어려우면 도구나 제형을 바꿔 상의한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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